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06년 이오지마 전투 연작 중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철저히 일본의 관점에서 그려낸 전쟁영화다. 승전국 미국 감독이 들려주는 패전국 일본군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이색적이며, 극중 인물들의 내러티브로 들려지는 각각의 평범하지만 행복했던 일상들은 충분히 씁쓸하고 슬픈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는 선량한 평민들이 다수라고 가정한다면, 전쟁은 결국 국가와 군대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욕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 조국의 번영과 영광을 위해 가족을 져버리고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전쟁광들이 대다수일리는 없을테니. 어찌보면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탐욕스런 정치가들이 책상앞에서 내리는 사소한 결정을 바탕으로 한 집단체면이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짓밟는 무자비한 힘겨루기를 일으키는건 아닐까. 결국 어떤 숭고한 목적으로 일으킨 전쟁에서라도 총대를 겨루고 있는 전장의 병사들에겐 어느 순간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하는 필연적인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최대한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감상평이라면,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대한제국의 후손으로서의 감상평은 어디까지나 냉소적일 수 밖에 없다. 일본제국의 무모한 탐욕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저보다 심한 핍박과 고통을 강요받았을지 분명히 알고 있고, 생생히 상상할 수 있기에 철저히 일본인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작품 속 일본인들의 슬픔과 아픔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 아오지마 전투에 징병된 조선인들의 관점에서 그려진 작품이 나온다면 아마도 확연히 다른 느낌이리라.
2009년 인도를 휩쓸며 단숨에 역대 최고 수입 발리우드 영화로 등극한 세얼간이는 마냥 흥겨우면서도 우리 인생에 주는 교훈이 큰 영화다. 엉덩이를 흔들며 알 이즈 웰을 외치는 아미르 칸이 던지는 메세지는 자살률이 치솟는 인도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심화되는 경쟁에 지쳐가고 있는 한국 사회, 나아가 살아남거나 죽거나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똑같은 잣대에 맞춰 경쟁하고 등수를 내 승부를 가리고, 똑같은 잣대에 맞춰 인생의 성공을 평가해선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행복을 찾기 힘들다는 것. 물질적으로 풍요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의 행복도 지수는 오히려 더 낮다는 사실, 빈곤한 나라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혹은 행복 지수가 훨씬 높다는 사실만 보아도 모두가 명백히 알수 있는 진리이지만...어딘가 분명히 잘못되어 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