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4, 2011

Lila Lila 릴라 릴라

독일 영화는 왠지 딱딱하고 어렵고 무거울 것만 같다는 선입관을 단번에 날려준, 가을날의 소중한 추억을 더욱 빛나게 기억시켜줄 보석같은 영화. 삭막한 도시 남자들의 가을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잔잔한 작품이랄까. 일상의 지루함에 파묻힌, 틀에 박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름 없는 인생이 꿈꾸는 우연한 만남과 우연한 발견, 그리고 새로운 삶을 개성 있게 그려낸 재미난 작품이다. 여물어가는 가을날의 풍경과 함께 잔잔히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Paris,

"사랑을 부르는 파리"라는 한국판 제목을 이 영화에 갖다 붙인 영화배급사 마케팅팀의 담당자는 조금이라도 많은 한국의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의도였겠지만, 유치한 제목이 작품의 완성도를 오히려 저해한 좋은 사례가 아닐까. 내가 보는 이 작품의 핵심은 심장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피에르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의 일상적인 하루하루, 그리고 그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다. 피에르를 중심으로 돌고 돌아 잔잔히 사라지는 플롯 전개는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라, 몰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 한편의 추천하고 싶은 프랑스 영화 수작.

Black Hawk Down 블랙 호크 다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의 참혹한 전투를 그려낸, 2001년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사실상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혼돈의 소말리아를 철저히 서구, 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단편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UN의 Peacekeeping Operation의 실제 day-to-day operations이 참혹한 현실에서 어떤 한계를 갖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그들이 어떤 숭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왔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현지인들에게는 환영하고 싶지 않은 이방인인 경우가 많을 테니...어떤 감독이 제작했건 관계 없이, 대체 할리우드의 전쟁영화는 왜 이토록 한결같이 비슷한 감상이 남는 걸까.

Monday, October 3, 2011

서울시향의 명 협주곡 시리즈 Ⅳ


가을 바람 살랑 살랑 부는 늦은 금요일 밤의 완벽한 추억을 만들어준 서울 시향의 아름다운 선율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베토벤 7번이야 예상했던만큼 경쾌한 멜로디들이었고 처음 들어보는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무겁고 생소한 느낌도, 세미라미데 서곡의 호른 소리도, 허겁지겁 챙겨먹은 샌드위치 한조각까지도 오랫동안 잊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음악회였다. 우리만의 하루하루에 또다시 몇곡의 훌륭한 음악이 잔잔히 덧칠된 느낌이 든다.

Wednesday, September 14, 2011

엄마를 부탁해


연초 미국 출간 이후 NYT, amazon 베스트 셀러 차트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한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다. 연휴기간 가벼운 마음으로 몰입해서 읽기 시작한 오랜만의 문학작품이었지만, 책을 내려 놓을때의 무거운 마음은 꽤나 여운이 길었다. 도입부에서부터 생소했던 2인칭 시점이라든가, 순식간에 독자를 이야기의 중심부로 던져버리는 임팩트 있는 문장들 (이를테면, 작품의 첫문장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은 한층 내밀감 있고 호소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작가가 고안한 장치였음을 완독후에야 알아차렸다만.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 한편을 읽은 느낌이랄까. 놀라운 건, 어렸을적부터 거실의 어딘가 모두의 눈에 가장 잘 띌만한 곳에 어김없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액자를 두셨던 우리 엄마와 우리 가족이 오버랩되며 작품 속 큰 아들 큰 딸이 느낀 감정 모두를 어느순간 생생히 내가 느끼고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