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14, 2009

봉순이 언니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 두고 픈 이 소설의 세 조각.


1.

봉순이 언니가 하지 않으려 하고 어머니가 하게 하려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어렴풋한 느낌은 있었고,

설사 그것이 어떤 상황이 되었든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승강이를 들으며 아마 산다는 게,

아마도 힘겹고 슬프고,

등불 하나 없이, 춥고 깜깜한 진창길을 걸어가는 일 같다는 걸,

누구나 헨젤과 그레텔보다 험하고 처량하게

숲속을 헤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을 나는

봉순이 언니의 울음소리를 통해 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으로 태어난 자들, 그 인생의 춥고 낮은 배경음을.


2.

그러나 그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던 것 같다.

그래,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봉순이 언니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불행해졌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삶에서 사소한 일이 없는 이유는,

매 순간 마주치게 되는 사소한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총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의 방향을 트는

삶의 덩어리가 중요하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3.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




그리고,,,어머니 뻘되는 공지영 작가가 그린 "봉순이 언니"의 삶을 네 살짜리 아이의 눈을 통해 함께 지켜보며, 나의 유년기와, 그 시절 나의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보다...

Friday, December 26, 2008

Beloved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흑인 여류 작가 Toni Morrison의 퓰리처 수상 했다는 Beloved. 오프라 윈프리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Margaret Garner를 비롯한 실제 흑인 여성 노예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가막히게 재구성한 작품.... 흑인으로서의 삶,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 흑인 여성 노예로서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 또 백인이라는 존재가, 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존재가, 한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파괴적이고 잔혹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무섭고 소름끼칠만큼 영악한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질이 아닐지.

그리고,

정말로 인간은 과거의 무게를 이겨 낼 수 있을까?


p.s

-anything that comes back to life has to hurt?

-이상하게도 자꾸 내 자신의 삶을 투영시키게 되는구나.

Saturday, December 6, 2008

돈키호테


졸업전에 제대로 읽어봤다는게 자랑스러운 돈키호테. 1600여 페이지의 끝없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에도 진정한 감동을 주는 이런 책이야말로 명작이 아닐까. 돈키호테는 그냥 완전히 돌아버린 미치광이가 아니라 이상을 잃지 않고 몸소 예술적 삶을 산 휴머니스트이자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참된 인간의 표상이라는 짧은 생각.


p.s

-발표 좀 그만하고 시험공부 좀 하자 이제ㅠ

Friday, September 5, 2008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박완서 선생님의 글엔 역시 무언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있다... 박적골을 거니는 듯 느끼게 한 생생한 자연묘사와 억척스럽고 벅적스러운 일제 하 경성의 일상, 그리고 갑작스러운 한국전쟁 속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 아주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접한

아주 슬프고 비통한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옛 이야기. 쉽게 잠들지 못했을만큼 감동한 이야기...


p.s

-그많던 싱아는 "과연" 누가 다 먹었을까.....

Monday, July 28, 2008

그 남자네 집


최근 재미붙이고 있는 독서하는 직장인되기 놀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을 새삼스레 다시 발견하고 나서 급흥분하여 요것 조것 집다보니 그 옛날 언젠가 보고싶었던 박완서의 책도 빌리게 되었고,, 침대위에서, 열람실에서 주루룩 정독하고 나니 아~하는 탄성이 나올정도로 느낌이 좋았던 이 책. 전후의 비참한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들께서 걸어오셨을 길들을 이렇게 엿보고 나니, 다시한번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잔혹함에 비탄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편으론, 그런 폐허에서 이만큼 해낸 어르신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퍽이나 맘에 들었던 그 남자네 집,,


"사랑은 도덕적이든, 부도덕하든 다 벌레들의 짓"


p.s

-첫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