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 두고 픈 이 소설의 세 조각.
1.
봉순이 언니가 하지 않으려 하고 어머니가 하게 하려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어렴풋한 느낌은 있었고,
설사 그것이 어떤 상황이 되었든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승강이를 들으며 아마 산다는 게,
아마도 힘겹고 슬프고,
등불 하나 없이, 춥고 깜깜한 진창길을 걸어가는 일 같다는 걸,
누구나 헨젤과 그레텔보다 험하고 처량하게
숲속을 헤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을 나는
봉순이 언니의 울음소리를 통해 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으로 태어난 자들, 그 인생의 춥고 낮은 배경음을.
2.
그러나 그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던 것 같다.
그래,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봉순이 언니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불행해졌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삶에서 사소한 일이 없는 이유는,
매 순간 마주치게 되는 사소한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총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의 방향을 트는
삶의 덩어리가 중요하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3.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
그리고,,,어머니 뻘되는 공지영 작가가 그린 "봉순이 언니"의 삶을 네 살짜리 아이의 눈을 통해 함께 지켜보며, 나의 유년기와, 그 시절 나의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보다...